내가 다니던 대학의 부속 도서관 앞에는 수백년은 묵었지 싶은 거대한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소나무에서 자란 잎사귀
만으로도 울창한 숲을 연상시킬 정도의 거목이었다. 오전 내내 맑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져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늦가을. 그
나무의 밑에 그녀가 있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온 몸이 흠뻑 젖어 내가 감싸안아 주던 양쪽 어깨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얇은 회색 면티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 언제 칼바람이 불어올지 모르는 늦가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었다. 분명
언제나처럼 강의실에 무언가를 두고오는 바람에 그것을 찾으러 기숙사에서 급히 뛰쳐나온 것이리라. 나는 그런 그녀의 맹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자그마치 3년이나 그녀와 함께 지내왔었으니까 그녀가 아침에 마시는 커피를 사랑하고, 등 뒤에 하트 모양의 귀여운
점이 있으며, 심지어 왼쪽 엉덩이가 조금 더 크다는 점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내 예상대로 그녀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분명 수업 중간에 핸드폰을 꺼냈다가 두고 나왔으리라. 하늘이 우중충했지만 기숙사에서 잠깐 나갔다 오는 사이에 비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뛰쳐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진탕 맞고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어야 할까 주저했다. 본래 내 성격대로라면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허둥지둥 뛰어가
우산을 씌워주고 시덥잖은 농담을 건내며 그녀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었을 것이다. 그렇다. 4년전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늦가을. 그녀가 저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때였다. 그 사실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만약 지금 내가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고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데려다준다면 다시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그녀가 나를 더욱
피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두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엎치락 뒤치락 소란을 피웠다.
마침내 내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때. 그녀는 눈을 한 번 질끈 감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더니 기숙사 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안타까운 가슴을 달래며 망연히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던 그녀도 어느새
성장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왜 비를 맞고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장누나와의 합작.
그림 위장
글 별소나기
입니다.
그냥 끄적거림으로 쓴 글...
이런 느낌의 글을 좋아합니다.
아, 몇주전 자게에 감정적인 글을 올렸었는데 지워졌더라고요
역시 공공장소에 그런 배설글을 올리면 안된다는 교훈...
볼 때마다 설레지는게 난 세찬이 문체가 젤 좋더라 //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