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설 -3-

조회 수 1262 추천 수 0 2009.10.19 22:43:26

10분설 -3-

 

 

푸근한 오븐 냄새가 부엌을 채우자, 지하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남자가 기어올라왔다. 눈빛이 빛나며 코가 벌렁거리는 꼴이 영락없는 굶주린 짐승이다.
"으아... 오늘은 뭔데 이렇게 냄새가 좋아?"
남자는 군침을 삼키며 부엌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안에서 빵을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투박하고 부드러운 칼소리가 식욕을 더욱 돋군다.
안쪽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랑 같은데... 하여튼 당신은."
이윽고 부엌에서 짧은 단발의 여자가 자른 빵과 버터를 담은 그릇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식탁 겸 탁자에 그릇을 내려놓고, 남녀는 서로 마주본 채 의자에 앉았다.
탁자 중앙에 밋밋한 촛대를 제외하면, 방에는 변변한 장식 하나 없었다. 평범한 서민의 집에 이것저것 놓여 있는 것이 이상한 법이다.
그 흔한 '믿음'의 성표도 없는 집이다.

 

손을 모아 간단히 기도를 마치고, 둘은 빵을 집어들었다. 얄궂게도 둘은 같은 조각을 집어올렸고, 남자와 여자는 잠깐 머뭇했다.
"...어, 당신 먹어."
남자가 곧 손을 떼자, 여자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빵을 가져왔다. 많지도 않은 버터에 살짝 빵을 찍어 입에 넣는다. 남자는 자기 몫을 집어들지도 않고, 여자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다.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여자가 오물거리다 말고 눈을 들어 상대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남자는 황급히 눈을 빵 그릇으로 돌렸다.
가볍게 빵가루가 튀는 소리가 났다. 남자의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참 당신도... 얼른 먹어요. 아직 정리할 거 남았죠?"
"어... 음. 큭..."
급히 먹는 빵이 체하는 법이다. 여자는 황급히 다가가 목이 멘 남자의 등을 쓸어 주었다.
"크... 켁, 켁."
"참..."
덤벙대는 꼴이 한심할 법도 한데, 여자의 눈은 전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겨우 숨을 돌린 남자가 눈의 물기를 닦으며 대꾸했다.
"응... 찾던 것도 발견했고, 다시 쌓아 놓기만 하면 돼."
여자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역시 있었죠? 하여튼, 귀찮아하니까..."

 

남자는 멋쩍은 듯, 여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빵을 한 조각 집어들었다.
"이야, 오늘 빵은 특히 부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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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등장인물 절반쯤 나왔음.

아니, 다 나온 건지도. 애초에 다음 이야기 플롯따윈 없잖아?

 

-by Dow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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