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당하지 마라.
삼진은 공격측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행위이다. 누상에 주자가 있다면 이건 거의 이적행위수준인데, 일단 공을 배트에 맞혀야 땅볼아웃이 되더라도 일단 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상대 수비수의 실책으로 출루 할 수도 있다. 타자는 무조건 투 스트라이크 이후부터는 스윙 폭을 줄이고 투수의 공을 맞추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설사 파울볼이 되더라도 삼진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공을 맞히는데 주력하게 된다. 이럴 경우 타자에게는 세 가지 장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잘 맞으면 안타가 나올 수 있고, 두 번째는 상대 투수의 힘을 빼놓을 수 있으며, 세 번째는 힘빠진 투수가 실투(맞히기 좋게 가운데로 던지는 것)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상(1루, 2루. 3루)에 주자가 있다면 진루 시켜라.
다시 말하지만 안타나 홈런이 나오면 두말 할 필요 없이 좋다. 하지만 10타석 중에 3안타만 쳐도 잘치는 타자 평을 듣는데, 언제나 안타나 홈런만 노릴 수는 없다. 따라서 무조건 안타나 홈런만 노리는 선수는 이기적인 선수로 손가락질 받게 된다. 이럴 경우 중요한 것은 소위 '팀 배팅'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리그 최정상급타자라도 안타를 뽑을 확률은 40%도 채 미치치 못하는데, 감독이 누상에 주자를 진루시켜달라고 타자에게 거는 기대치는90% 이상이다. 사실, 주자를 진루시키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뒤에 작전 편에서 자세히 설명)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감독의 몫이다. 감독은 보내기 번트, 히트 엔 런, 런 엔 히트등 다양한 작전 중 하나를 골라 3루 코치박스에 있는 타격코치(1루 코치박스에는 주루코치가 들어간다)에게 사인(가끔씩 중계할 때 감독의 모습을 비추면 감독은 얼굴이나 모자챙, 유니폼 깃을 만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게 바로 사인 보내는 동작이다)을 보내고, 그 사인을 받은 타격코치는 타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물론 사인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노아웃이나 원아웃 상황에 3루에 주자가 나가있다면 타자는 무조건 외야 깊은 곳으로 공을 쳐야한다. 그러면 3루주 자는 외야수가 공을 잡음과 동시에 3루에서 홈까지 줄달음질 쳐 득점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3루 태그업 이라 한다. 또한 이러한 타격을 희생타라고 하며 아웃이 되더라도 타자의 평균 타율은 깎이지 않는다.) 투아웃 상황에 카운트가 2스트라이크 3볼(줄여서2-3)이라면 주자는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순간 무조건 다음 루로 전력 질주를 해야한다. 3아웃이면 체인지(공수교대)이기 때문에 타자가 삼진이 되면 할 수 없는 것이고(삼진은 악중의 최악이다) 내야 땅볼이 나올 경우 빨리 뛸수록 살 확률이 높아지고, 안타나 상대 수비수 에러가 나오면 더 많은 진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타자주자가 아웃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루상의 주자가 아웃되어서 3아웃이 돼는 상황을 만들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노아웃 상황에 주자가 2루에 있다면 물론 안타를 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타자는 최대한 공을 오른쪽으로 땅볼타구를 굴려 2루주 자를 3루로 보내야한다. 비록 자신은 내야땅볼 아웃이 되더라도 말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의 땅볼타격은 희생타로 인정되지 않아 타자의 평균타율을 깎아 먹게 되지만, 이러한 플레이는 기록상으론 나타나지 않아도 감독은 이런 플레이를 펼친 선수에게 크게 고마워 하게 된다. 진루(이번루에서 다음루로 가는 행위)는 시계반대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1루에 주자가 있다면 될 수 있는 한 오른쪽으로 타구를 날려보내야 한다. 주자는 왼쪽으로 뛰고, 공은 오른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외야수가 루상의 주자를 잡기는 어렵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삼진이나 병살(더블 플레이:한꺼번에 투아웃이 되는 것)은 최악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하라.
'포볼도 안타나 똑같다.' 라는 말이 있다. 안타쳐서 1루로가나, 포볼로 1루로 가나, 주자가 없다면 똑같은 경우이다. 특히 두팀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일단 타자가 1루로 나가면, 팀은 1점을 내기 위해 수많은 작전(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을 걸 수 있고, 상대 팀은 그 작전을 막아내기 위한 힘겨운 두뇌싸움을 해야만 한다. 두팀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1-2점이 승패를 가리는 점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의 출루는 상대팀에게는 승패를 결정짓는 커다란 압박감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홈런이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주자가 없는 경우라면 일단 출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큰 스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억지로 안타를 뽑아내고자 '치기 나빠 보이는' 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것도 옳지 못하다. 최대한 공을 고르고 골라서 포볼을 나가는 것이 팀에게는 도움이 된다.(물론 고르다 보면 삼진을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노아웃 2루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이라면 포볼은 내야땅볼만 못한 플레이가 된다. 주자를 진루시키지도 못하고 다음타자에게 병살타를 치게 할 확률만 높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노아웃 2루에 주자가 나가있는 경우, 투수와 포수는 강타자를 고의 사구로 1루로 보내고 다음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는 작전을 펴기도 한다. 물론 팀이 4점차 이상 크게 지고 있다면 어쨌든 주자를 모으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다.) 무엇보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타자 자신이 작전에 신경 쓰지 않고 '치기 좋은 공'을 더 잘 고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장타가 필요하다.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듯이 대단한 파워가 없더라도 단타가 아닌 장타를 노려야 할 때가 있다. 2아웃에 주자가 없을 때 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데, 확률 상으로, 2아웃 이후에 3안타를 연속으로 때려서 득점하는 확률보다 리그에서 20~30홈런을 터뜨리는 타자에게 홈런 한방을 기대하는 것이 훨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의 스코어나 이닝, 그리고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큰 스윙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팀의 4번 타자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게임의 종반, 점수 차가 크게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팀의 3,4,5번 타자들은 출루하는데 급급해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큰 스윙으로 일발 장타를 노려줘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팀의 중심타선이고, 어쨌든 중요한 순간에, 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분위기를 바꿔줄, 한방을 날려주길 기대하고 3,4,5번에 투입된 팀의 정예 타격가 들이다. 그들이 중요한 상황에서 포볼을 골라낸다든가,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맞아 출루하는 것은 바람직한 출루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능력이 좀 떨어지는 하위타선에게 넘기는 꼴이 된다.
또한 타자의 머릿속에는 주변의 상황도 인식되어야 한다. 야구장은 구장마다 크기의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은 근소한 차이 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잠실야구장과 작기로 유명한 대구야구장의 차이는 눈으로 보일 정도로 크다. 또한 바람이 야구장에서 불어 나가는가, 불어 들어오는가, 경기장의 기류가 상승기류인가, 하강기류인가, 온도는 어느 정도이고 습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런 어쩌면 조그마한 것들에도 프로야구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습도 역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습도가 높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대기 중에 물기가 많다는 이야기다. 공이 배트에 맞아 날아갈 때, 공에 걸리는 공기의 저항이 크다. 또한, 공기의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변화구 역시 움직이는 각이 좀더 커지게 된다. 나무로 된 배트도 습도에 영향을 받아 약간 더 무거워지고 배트의 반발력도 떨어지게 된다. 나무에 습기가 차봐야 얼마나 되냐 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매일 배트를 붙잡고 씨름하는 선수들은 배트에 약간의 무게차이가 생겨도 대번에 알아차린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 타석에 들어선 모든 선수가 위와 같은 모든 제반사항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정리하는데는 찰나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 라고 하겠지만, 그들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수많은 상황을 익혀왔다. 이렇게 하나 하나 설명을 하다보니 많아진 것이지, 선수들은 위의 상황을 거의 습관처럼 몸에 각인 시켜 놓는다. 물론 야구즐 즐기기 위해선 팬들도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은 알고 있다면 야구를 보는 재미가 배가가 된다. 예를 들어 보자.
XX팀의 ###라는 유능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위와 같은 아목이 없다면 그저 ###가 그저 안타나 홈런을 치기만을 바랄 테지만, 여러분의 야구 보는 안목이 늘어난다면 늘어난 안목만큼 더욱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자. 상황은 1-2점에 승패가 갈리는 팽팽한 투수전. 경기는 무승부를 향해 치달아 가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럴 경우 팀의 유능한 타자는 홈런 한방으로 노리고 들어간다. 당연히 강하게 끌어당길 공이 필요하며 이러한 공은 직구든 커브든 무조건 강하게 끌어 당겨낼 칠 수 있는 허리높이의 높은 쪽 공이다. 당신은 오늘 상대방 투수의 직구 구속이 아주 빠르다는 걸 스피드건을 통해 매 이닝 확인했다. 당연히 타자는 그 빠른 직구에 배트의 타이밍을 맞춰 놓았을 것이다. 좀더 안목이 있다면, 오늘 상대방 투수의 커브의 컨트롤이 시원치 않아 게임 중 후반부터 직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 도 보일 것이다. 상대방 투수는 ###타자의 약점인 몸쪽 무릎 밑으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노릴 것이다. 그리고 ###타자가 지금 일발 장타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현장에 드러난 사실들이다. 위의 상황을 종합 해보면 지금 ###타자와 상대방 투수가 어떤 노림수를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투수는 비록 경기 초반 ###타자를 상대로 그의 약점인 몸쪽 변화구를 승부해 땅볼 아웃을 끌어내었지만 게임 종반인 지금은 초구부터 위력 없는 커브를 던지기는 힘들 것이다. 초구부터 볼이 되면 카운트의 수세에 몰리기 쉽고, 무리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공을 정직하게 던져 버리면 그것이야말로 ###타자가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반면 투수의 직구는 경기 초반보다 위력이 떨어져 있다.
###타자는 이렇게 판단 할 것이다. 기다리던 허리 위의 높은 공이 들어오면 주저없이 때린다.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 원하는 공이 오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를 먹더라도 그냥 그 공은 걸러낸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이 들어오면 파울볼로 걷어낸다. 이때 투수는 어떻게든 바깥쪽으로 낮게 공을 던지려 노력 할 테니 잘 골라내면 포볼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포볼은 ###타자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전혀 무가치하지는 않다.
물론 위와 같은 생각 따위는 싹 걷어버리고 좋은 타구만 날리자는 생각만 가지는 타자도 분명 존재하며, 단순하게 생각할수록 잘치는 타자도 분명 존재하게 마련이다. 물론 그런 선수에게는 ‘이기적’이라는 딱지가 붙게 마련이지만, 어쨌든 잘 치면 선수나 감독이나 그걸로 만족한다. 다만 팬의 입장에서 야구를 볼 때 위와 같은 제반 사항을 알고 생각 하며 야구를 본다면, 최소한 선수들이 멀거니 서서 있는 시간이 지루하기는 커녕, 가장 긴장 되고 박진감 넘치는 순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