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역행유희 (逆行遊戱) - 회랑 (回廊)
소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7분전 남자는 소녀의 관자놀이를 후려쳐 의식을 잃게 했다. 시스템 디스크에 강한 충격이 전해진 듯 흰자를 드러낸 채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소녀의 손으로부터 식칼의 날을 붙잡다 생긴 상처에서 피와 비슷한 윤활유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막대 모양의 비닐을 꺼냈다. 남자의 작은 다리는 벌써부터 달릴 생각에 상하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값비싼 것이 아니었기에 고약한 냄새가 쪽방 안을 뒤덮었다. 조심스레 자신의 작은 다리에 비닐을 맞춰 끼우고 누워있는 소녀 위에 올라 탄 남자는 2단 기어를 집어넣고 달을 향해 도움닫기를 했다. 달이 손에 잡히질 않자 남자는 더 높게 도움닫기를 했다. 시스템이 복구되었다. 소녀의 흰자가 검게 채워졌다. 남자의 작은 다리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신의 옆에 놓여진 식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어제 밤 꿈에서 보였던 탑이 저 너머 창가에 드러났다. 납자의 쓸모없는 몸이 탑을 보려는 소녀를 가리고 있었다. 소녀는 남자의 옆구리에 날을 끼우고 기어를 R로 긁어내렸다. 남자를 치워낸 소녀는 남자의 작은 다리에 끼워진 흰색 양말을 벗겨냈다. 벗겨내는 김에 자신이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벗어 내렸다. 소녀는 알몸이었다. 점술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소녀는 문을 열었다. 점술가는 크게 웃었다. 소녀는 법정으로 향했다. 달은 수직으로 떨어져 점술가의 머리를 후려쳤다. 점술가는 소녀가 되었다. 소녀는 타로 카드를 손에 쥐었다. 소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남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법정에는 아무도 없었다. 은화(銀貨)로 만들어진 판사만 말없이 금화를 요구했다. 소녀는 돈이 없었다. 남자는 돈이 없다고 했다. 소녀는 유죄였다. 판사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금화에 파묻혔다.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11분전 남자는 자신의 옆구리에 부딪힌 소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소녀는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달려 나갔다. 남자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작은 다리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걸 늦게 깨달았다. 큰 충격으로 의식을 놓친 남자는 소녀의 다리를 붙잡으려 손을 휘저었다. 손끝에 식칼의 칼날이 닿았다. 식칼은 남자의 손을 뚫고 들어가 그 스스로 손이 되었다. 손은 남자에게 작은 다리를 보호할 비닐을 구입할 것을 요구했다. 남자는 돈이 많았다. 그러나 굳이 보호할 이유가 없었던 남자는 가장 싼 것을 구입했다.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사이즈는 작은 다리에 꼭 맞았다. 누워있을 때 본 하얀 달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욕망에 올라 탄 남자는 소녀의 뒤를 쫓았다. 소녀는 남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식칼로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녀는 오롯이 방 한가운데에 누워있었다. 소녀는 알몸이었다. 소녀의 몸에는 다른 식칼 하나가 옆구리에 박혀 있었다. 남자는 손을 뻗어 소녀를 꿰뚫은 식칼을 만졌다. 식칼은 남자의 다른 손이 되었다. 소녀는 2단 기어로 올라탈 것을 주문했다. 남자는 달을 향해 작은 다리로 도움닫기를 했다. 가까스로 달 끄트머리를 잡았을 때 점술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남자는 달을 쥔 채 문을 열었다. 점술가는 크게 울었다. 남자는 작은 다리에 소녀를 끼운 채 법정으로 향했다. 달은 수직으로 떨어져 점술가의 작은 다리를 잘라냈다. 점술가는 남자가 되었다. 남자는 타로 카드를 손에 쥐었다. 소녀는 인간이었다. 남자는 인간이었다. 법정에는 모든 인간 군상들이 앉아 있었다. 금화로 만들어진 판사만 말없이 진실을 요구했다. 소녀는 침묵했다. 남자는 침묵하는 척 했다. 소녀는 무죄였다. 판사는 모든 인간 군상들에 의해 그 자리에서 목 매달렸다.
점술가는 타로 점을 칠 것을 소녀와 남자에게 요구했다. 판사만 거부했다. 판사는 점술가의 관자놀이를 손에 쥔 달로 후려쳤다. 점술가의 작은 다리가 도움닫기를 했다.
Fin.
밑의 글은 만연체가 강했는데 이번 글은 반대로 단문 위주군요. 타로 점을 치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비유한 것... 이라고 추측했는데 자전거를 비유한 듯한 문장도 있고 잘 모르겠네요 ;; 솔직히 둘 다 읽기 편한 글은 아니었지만 문장력은 충분히 세련되신 거 같네요. 스토리텔링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을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쫌만 저 같은 독자를 배려해주셨음 합니당...
(음... 이 글의 성격에 맞지 않는 댓글 같아서 달기가 좀 망설여졌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