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여왕6

조회 수 2973 추천 수 0 2010.07.11 15:27:10

하늘은 붉었다. 붉은 하늘위로 푸르른 저녁이 스물스물 기어오고 있었다. 보름달의 눈을 치켜뜬 밤은 해를 산너머 저편으로

쫒아내고 있었다. 어스름한 땅위로 밤과 함께 슬픔과 비통이 찾아왔다. 부서진 가옥들,여기저기 널려있는 시체들,그리고

통곡소리와 눈물조차 말라버린 사람들은 넋이 나간체로 흙바닥에 앉아있었다. 왕자와 군사들은 현의 관아로 나아갔다.

의례 백성들은 높으신 분들이 지나갈때에 고개를 조아리며 행렬을 환영하지만,아무도 왕자의 행렬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들의 할일은 그저 바닥에 앉아있는것이고,그들의 의무는 죽은이를 매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행군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아르센은 그것이 단지 날씨가 추워서 그런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백성들의 원망의 눈빛,비웃음과

자포자기의 눈빛들이였다.아르센은 눈을 감았다. 그러한 느낌을 받은것은 아르센 뿐만이 아니였다. 장군들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체 말을 몰고 관아로 나아간다. 덜그덕 덜그덕,거리에는 말 발굽 소리,병사들의 행군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관아로 도착한 왕자는 현리의 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집정실에는 관리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모든 관리가 나와 왕자를 환영하는것이 의례적인 일이지만,집정실에 있는 자들은 열명이 되질 않았다.왕자의앞으로

나온자는 이제 갓 서른이 됐을법한 관리였다. 현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젊은 나이인데다가 의복역시 관복이 아닌

갑옷을 입고 머리엔 부상을 입었는지,붕대를 감고 있었다.

"소신은 아마제의 현리의 호위부장을 맡고 있는 카진이라 하옵니다.왕자폐하 만만세."

왕자는 현리가 어디있는지 궁금했다.

"현리는 어디가고 자네가 보고를 올리는가?"

호위부장은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리는...현리는 삼일전 요물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왕자와 그 주위의 장군들의 눈이 커졌다. 왕자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니,...그럼 어찌하여 이웃고을에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더냐?삼일이면 가장 가까운 고을에 파발로 전달하여 이미 수도에 까지

당도했었어야 하거늘.어찌하여 아무런 소식이 전해지지 못하였더냐!"

카진은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왕자마마,하오나...파발이나 소식을 전하는 전령들은..모두 요물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왕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아니!그게 무슨말이더냐!어떻게 그런일이 있을수 있단 말이냐!"

카진은 아예 목을 놓아 통곡을 하며 대답했다.

"그놈들은 파발의 길목과 산길 사이에 숨어 현리의 보고지를 들은 전령들을 습격했습니다.그놈들은...단순한 맹수가 아니였습니다.

저희들은 크흑..어찌할바를 몰랐사옵니다!"

카진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왕자에게 대답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바닥에 파묻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왕자는 충격을 받았다.이 요물들은 한두마리가 아닌데다가 원래 작전지역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전령과 파발을 습격했다는것은 필시 누군가의 소행으로 이루어진....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철저하게 계획된

반역이거나 전쟁도발이 분명했다. 왕자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호위부장을 물러가게 했다. 이러한 생각을 한것은 비단 왕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군들 역시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했다. 왕자는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사건에 휩쓸려 들었음으로 알게되었다.

왕자는 잠시 휴식후 대책회의를 가지겠다고 명령을 내렸다.

 

집정실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집정실은 전과같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그렇지만 중간에는 거대한 짐승이 누워있었다.

짐승은 비정상적으로 큰눈을 굴리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빨 사이로는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며

점박이 무늬의 털을 빳빳히 세우고 있었지만,아무런 행동도 취할수 없었다. 요물의 몸엔 사방으로 초록빛을 띄는 밧줄이

감겨져 있었고,바로 옆에선 거대한 너구리가 요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인은 주위에 초를 밝힐것을 부탁하며 품안에서

부적을 꺼냈다.그리곤 도인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주문이 끝난뒤 도인은 요물을 향해 부적을 던졌다

"잠시 시끄러울것이나,별 위험은 없을것입니다."

도인이 부적을 요물에게 던지자,요물은 굉장한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쳤다.주위의 장군들과 관리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도인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순간 요물은 그 거대한 덩치를 부르르 떨더니 이내 멈추었다. 그때 요물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도인은 눈을 크게뜨며 주문을 큰소리로  외우기 시작했다.푸른기운이 빠져나갈수록

요물의 몸에서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이윽고 점점 몸통이 쪼그라 들더니 비쩍마른 고양이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푸르른 기운은 점점 희미한 형상을 이루더니 이내 구을 이루기 시작했다.

도인은 빙긋 웃으며,푸른기운의 구를 향해 말을 했다.

"자,이제 네가 있던곳을 안내하여라."

푸른 구는 집정실의 허공을 한바튀 돌더니,창문을 향해 날아갔다.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바라보았고,푸른기운은

이내 어느 산 정상을 향해 날아갔다.

왕자는 입을 열었다.

"자,저곳이 그 괴물의 근원이 있는 곳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일단...이 고을의 요물을 다스리는 자는 저 산에 숨어있을것이옵니다."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명령했다.

"내일 새벽,병사들은 저 산을 향해 출동한다.이 고을의 요물은 내일 뿌리가 뽑힐것이다!"

 


Bomberic Angel

2010.07.11 21:06:49
*.200.3.13

1.도인 할배가 약간 불쌍해지려고 합니다.

마법대신 술법(주술?)이 등장하는 거 같은 데, 왕자측에는 도인 하나뿐인 것 같군요.

아침이 올때까지 도인은 과연 놀고만 있을 것인가?

아마도 부적같은 거 열심히 만들고 있겠죠...

[아아...사람이 많아지면 물빵도 많이 필요하듯...]


2. 도인은 시급이 얼마? <노동착취는 아니겠죠?>


드릴맴버해츨링

2010.07.12 06:41:03
*.52.222.49

지속적인 관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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